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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생명 이야기

恒心 2011. 10. 18. 20:16

[생명 이야기] 생명을 담는 그릇  글 심근정 녹색연합 시민참여 팀장 08. 12. 10

 

흔히 건강한 먹을거리를 이야기할 때 건강한 재료, 제 땅에서 제철에 난 좋은 채소를 주로 말합니다. 그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면 건강한 양념들과 발효가 잘된 자연에 가까운 장류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좋은 그릇입니다. 먹을거리를 담는 그릇은 담겨있는 먹을거리와 함께 성분을 공유하고 에너지를 나눕니다. 직접 음식의 맛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요즘 환경호르몬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럴 때 언론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나이드신 제 시어머니도 요즘 플라스틱 반찬그릇 대신 사기그릇을 쓰려고 노력하시는 걸 보면 그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릇은 참 종류가 많습니다. 직접 반찬과 밥을 담는 그릇도 있지만 음식을 조리할 때 쓰는 조리도구도 그릇입니다. 음료수나 먹을거리를 담아 파는 포장용기도 또한 그릇입니다.


건강한 그릇, 안전한 그릇이라면 만들 때, 음식을 담을 때, 나중에 버려질 때도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합니다. 환경호르몬은 어느새 나쁜 그릇을 상징하게 되었지만 환경호르몬 말고도 좋은 그릇과 나쁜 그릇을 구분하는 조건은 더 있습니다.


좋은 그릇은 조상들이 예로부터 써오던 것입니다. 자연에서 만들어 자연으로 되돌리며 몸에 이롭게 사용하던 것입니다. 조상들이 주로 쓰던 그릇은 옹기나 사기, 무쇠였습니다. 흙으로 초벌구워 미세한 공기구멍이 남아있기에 공기가 통하고 습기는 막는 숨쉬는 그릇 옹기는 장이나 김치를 담글 때 발효를 도와주었습니다. 밥이나 국을 담는 사기는 옹기에 비해 단단하고 잘 깨지지 않고, 음식물의 냄새와 색이 스며들지 않아 사용하기 좋았습니다. 무쇠솥에 밥을 하고 뚜껑에 전을 부치면 저절로 철분을 섭취할 수 있었고 적당한 압력으로 맛있는 밥을 만들 수 있었죠.

요즘에도 여전히 옹기와 사기, 무쇠는 건강한 그릇입니다. 특히 무쇠는 처음에 길을 들여 사용하기는 좀 어렵지만 거의 반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하다 깨지거나 갈라지면 녹여서 바로 새 제품으로 그대로 만들 수 있으니 재활용이 아주 쉽습니다.
환경호르몬 보도가 나가자마자 상품들이 매진될 만큼 각광받는 재료인 유리는 재활용된 유리 비율이 높을수록 단단하고 질좋은 유리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대신 가볍고 잘 깨지지 않은 강화유리는 유리에 납과 같은 성분을 첨가해 만듭니다.

반면, 현대화의 물결을 타고 새롭게 생산되고 만들어지는 그릇은 안전한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플라스틱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있지요. 알루미늄 냄비는 가볍고 열전도율이 좋아 요즘 다시 조리기구로 인기가 많지만 알루미늄이 고온에서 산화되면서 생성되는 산화알미늄이 인체에 흡수되면 여러 건강문제를 일으킵니다. 우리 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알루미늄 섭취량이 많습니다. 알미늄 호일과 알루미늄으로 된 압력밥솥, 알루미늄 도시락, 알루미늄 캔 음료수 등 알루미늄은 우리 주위에 생각보다 많습니다. 알루미늄이 체내에 많이 축적되어 있는 사람은 치매 발생률이 높다고 하니 주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플라스틱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온다고 하자 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회사 간에 비방전이 펼쳐져 서로 자사 제품은 환경호르몬이 안 나오고 다른 회사 제품은 환경호르몬이 나온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종류가 매우 많고 용도별로 다양해 어떤 것은 환경호르몬이 나오고 어떤 것은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수만 가지 화학물질 중 환경호르몬으로 판명된 것은 겨우 67가지, 농약류 43가지와 합성화합물류 24가지로 나뉩니다. 인간이 해마다 만들어내는 2천여 종류의 화학물질 중에서 한국도 매년 2백여 가지의 화학물질이 허가받아 사용되고 있지만 그 중 제대로 안전성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적습니다. 화학물질이 처음 개발된 후 환경호르몬 의심물질로 판명되기까지는 길게는 수십 년의 세월과 수많은 사람들의 피해가 필요합니다. 지금 환경호르몬 유발 물질이 아니라고 해서 정말 그렇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사기그릇이 꼭 안전한 것만은 아닙니다. 본래 사기는 1천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야 합니다. 색을 내는 안료의 유해물질도 고온에서 구워지면서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싼값에 생산되는 많은 사기그릇들은 중금속으로 오염된 안료를 칠해 생산가를 낮추기 위해 저온에서 구워내고 있습니다. 이런 싼 가격의 사기그릇을 사용하다 보면 색이 벗겨지기도 하고 유해물질이 나오기도 합니다.


일회용 유리병은 음식물과 반응하지 않고 안전하게 음식을 담을 수는 있지만 환경에는 많은 부담을 줍니다. 만들 때 많은 에너지를 써서 고온에서 만들어야 하고 버려지면 잘 분해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유리병은 최대한 여러 번 다시 써야 합니다. 일부 청량음료와 주류에서 재사용 유리병을 쓰고 있지만 점점 회수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수많은 그릇들도 있습니다. 종이컵, 음료수 병, 많은 일회용품들도 대개 그릇이죠. 자연으로부터 원료를 얻어 그릇을 만들고 자연으로 돌려줘야 하는데 한번 쓰고 버려지면서 유독한 화학물질로 자연을 오염시키고, 자원을 낭비합니다.
음식은 날마다 우리 몸을 만들고 생명을 유지시키는 것입니다. 건강한 음식이어야 건강한 몸과 건강한 생명을 만듭니다. 그리고 건강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건강한 그릇에 음식을 담아야 건강한 음식을 제대로 만들고 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김치통에 담은 김치보다 항아리에 담은 김치가 맛있고 옹기에 담은 쌀은 쉽게 벌레가 나지 않습니다.

한번 만들면 오래쓸 수 있는 그릇, 만드는 과정에서도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그릇, 사용하는 중에도 건강에 나쁜 물질이 나오지 않는 그릇, 버려질 때도 재사용과 재활용이 쉬운 그릇이어야 정말 환경과 생명을 생각하는 그릇입니다.

 

 

 

 

출처 : 흰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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